요즘에는
휴대용 음악재생 장치로는 MP3 플레이어가 대세를 이루는 듯 합니다. 갖가지
디자인의 전용 MP3 플레이어를 비롯하여, 휴대폰과 PMP, PSP 등 MP3의 재생을 지원하는
디지털 컨버젼스 장치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표적인 MP3 파일 공유사이트인 소리바다가 법원으로부터 무료MP3 배포 금지
판결을 받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음반시장을 활성화하고,
미국 애플의 iTunes와 같은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유료 MP3 음악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현재 멜론, 펀케이크 등의 유료 MP3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MP3는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소비자의 마음과 지갑을 쉽사리 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MP3
음악을 구입해 본 경험은 없는데, 몇가지 문제점들만 해소된다면 정식으로 돈을 내고
MP3를 구입할 것입니다.
먼저
가장 민감한 가격문제입니다. 유료 사이트에서는 MP3를 보통 곡당 5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최근 발매된 유리상자의 리메이크 앨범 "동상이몽"은
총 20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다운받으려면 10,00원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교보문고의 Hottracks 음반쇼핑몰에서는 CD를 11,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MP3로
구입하는 것이 1,000원 저렴하네요. 물론 CD에 수록된 곡 수가 적거나 듣고
싶은 음악만 다운로드 받을 경우에는 MP3로 받는게 더욱 저렴해지겠죠. 그런데
진짜 싼게 맞을까요?
일단
CD를 구입할때 쥬얼케이스에 담긴 반짝이는 CD와 함께 가수 사진 등이 실린 속지를
보는 기쁨도 큽니다. 뭔가 물건을 소유한다는 기분이 들죠. 게다가 MP3의
음질은 CD에 비해 열악합니다. MP3의 음질은 보통 대역폭으로 표시하는데,
유료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음질이 128~192Kbps 입니다. 그러나 192Kbps는 물론이고
320Kbps의 고음질 MP3 조차도 CD의 음질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음악을
MP3로 만들때 MPEG 압축방식의 특성상 음이 손실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음역대나
저음역대를 잘라내기 때문에 가청 주파수 범위가 제한된 사람의 귀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나, 분명 음질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또한 CD 역시 분실이나 파손 등의
위험이 있지만, MP3처럼 컴퓨터나 MP3 플레이어 상에서 삭제 버튼 클릭 한번으로 허무하게
사라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MP3는
CD음반처럼 미디어 제작비와 유통단계별 마진과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무제한 생산과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처럼 MP3의 제조 및 유통원가는 CD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상품의 품질(음질 및 기타 부가제공물)이 떨어지는데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것은 새로운 시장을 활용해 폭리를 취하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그리고
실질적인 이용상의 문제인데, 정식으로 구입한 MP3는 너무 제약이 많습니다. 불법복제로
인한 저작권 보호를 위해 DRM이라는 과도한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CD는 한번
구입하면 미니콤포넌트, 휴대용 플레이어, 카오디오,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에서
마음껏 재생이 가능하고, 심지어는 친구집에 가서 친구집 오디오로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유료 MP3는 다운로드 받은 기기에서만 재생이 가능하고, 다른 기기에서는
아예 재생이 불가능합니다. 즉, MP3폰으로 유료로 다운로드 받은 MP3 파일을
PC를 비롯해 다른 MP3 플레이어에서는 재생할 수 없습니다. 만약 휴대폰을
바꾼다면 그동안 돈주고 다운받은 MP3 파일이 모두 쓸모 없어지는 것이죠.
그나마
각 사이트에서 적용하는 DRM 규격도 서로 달라서 호환되지 않으며, 해당 DRM 규격을
지원하는 기기나 프로그램외에는 재생이 불가능합니다. PC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Winamp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MP3의 재생이 안됩니다. 저는 차에서 주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카오디오를 MP3 재생이 가능한 카오디오로 교체했는데, DRM 문제로
유료로 구입한 MP3의 재생은 불가능합니다. 다른 모든 문제를 떠나 돈주고
산 MP3 음악을 아예 들을 수가 없다는 문제만큼 큰 문제가 어디있겠습니까. 그래서
미국의 대표적인 MP3 사이트인 MP3.com 에서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MP3에
DRM을 적용하지 않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DRM이
없어지면 다들 MP3를 복사해서 사용하지 누가 돈주고 사겠느냐고 하겠지만, CD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아무제한 없이 마음대로 복사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팔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MP3 역시 P2P나 웹하드 등을 통해 불법복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DRM의 존재여부는 MP3의 불법복제와 불법유통에 거의 효과가
없으면서 정식 구입자의 사용권만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을 뿐입니다.
요즘
MP3 불법복제 때문에 우리나라 음반시장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음반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MP3를 새로운 음반 판매 방식으로 활성화시켜야 할텐데,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소비자의 권리는 무시하는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으로는
유료 MP3 시장의 형성 자체가 힘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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